2학년과 3학년 때 우리에게 반이 나뉘어서 떨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둘 다 취업이 아니라 진학으로 마음을 굳혔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지만,
계속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은 부부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기뻐했지만 아마도 누구보다 내가 가장 안도했다고 생각한다.
1학년 화이트데이 때 토우마가 내게 준건 산양 모양 스트랩 이였다. 작고 귀여운 그건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꼭 들었지만 아주 사소한 의문에
소란스러운 교실 안에서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직접 만들었어?"
"어, 설마 왜 그래?"
그야 포장되지 않았으니까, 라고 말했다.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산양 스트랩은, 얇은 나일론에 쌓여있을 뿐이었다.
토우마는 난처한 얼굴로 "미안"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샀으니까" 포장이 안 돼 있었어, 라는 변명에 나는 오히려 행복했다.
인터넷이든 뭐든 상관없다, 찾아줬다. 그게 기뻤다.
"고마워"
스트랩을 끼는 방법을 몰라서 휴대폰은 뒤집었더니 토우마가 가져가 끼워줬다.
나는 조금 서툰 그 모습을 보면서, 맞춰서 끼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까지 말할 순 없었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그렇게 하듯이,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 선물을 주고받아도, 우리 사이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딱 들어맞는 퍼즐조각은, 이 이상 흐트러트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부부라고 부르는 이 상황은 미적지근 한 물 같았다.
하지만 그건 몸에 배어들어 쉽사리 빠지지 못하는 것이었다.
"둘은 사귀는 거야?"
학년이 올라 같은 반이 된 친구들이 물어올 때마다 "우리 사귀는 거 아니지?" 하고 토우마에게 물으면 조용히 대답했다
"안 사귀어"
요 하고 말했다.
"있지 전부터 신경 쓰인 게 있는데
토우마는 어미에 높임말 쓰는 게 조금 이상해, 라고 물었더니 "아-" 라고 토우마는 힘 빠진 듯이 말했다.
"우리 집에 누나가 두 명 있어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누랑 별로 차이가 안 나는 누나가 있는데, 둘 다 꽤 귀족이라
"귀족?"
내가 되물으니 토우마는 진지한 얼굴로 "귀족"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빈민 최하층민이니까"
난폭하게 말하면 괴롭히거든 이라고 토우마는 말했다. 나는 알 듯 모를듯해서 흠 하고 대답한다. 형제가 없는 내게는 실감 나지 않았지만,
토우마가 여자에게 이상하게 상냥한 이유가 보인 듯했다.
"누님이나 누나 라고 부르면 화내"
"그럼 뭐라고 불러?"
"이름에 씨 붙여서"
쇼우코씨 랑 타카라코씨, 라고 토우마가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한다. 누나들 이름이겠지 "그래서 그랬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를 이쿠미씨 라고 부르는구나!"
"아-"
토우마는 자기도 신경 쓰지 않았던 듯 이해했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럴지도"
그러고는 책상 위에 팔꿈치를 올리고 입을 오므리며 토우마는 말했다.
"나는 잡사니까 그런 걸 거스를 수 없지"
"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되묻는다. 토우마는 눈을 내리깐 채 분명치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잡캐 사코노, 그러니까 잡사, 초등학교 때 들었던 적 없어?"
그 말투가 결코 긍정적인 기분 좋은 게 아니라는 건,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중학교 때 "경련"이라고 불렸던 걸 떠올린다. 단순한 비교 같은 건 불가능하지만
예를 들면 이 사람의 어떤 장난도 흘려넘기는 상냥함이 두 사람의 강력한 누나에게서 배운 거라고 해도, 그 외에도, 요소는 있던 걸지도 모른다.
불합리한 말과 장난에 나보다 더 오랫동안 겪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걸 헤아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토우마는 잡캐가 아냐"
나는 확실하게 말했다.
"전혀 잡캐가 아냐"
내가 조금 더 말주변이 있었다면, 너처럼 상냥한 사람은 본 적도 없고, 영리하고, 성실하고, 진지한 사람도 본 적 없다고 말했겠지만, 그때 그 말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말 이였다. 내 말과 기분은 전해졌을지는 모르겠지만
토우마는 자기 스마트폰을 꺼내 얼버무리고 싶어 하듯 만지작대며
"고마워"
등을 구부린 채 흐릿한 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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