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마지막 여름이 끝나니 얼마 안된 가을의 입구였다.
"사코노 남편, 지명이야"
교실 입구에서 같은 반 남자가 부르길래 나는 뒤돌아 봤다.
"토우마 부르는데"
"어 아 진짜?"
토우마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고 있었다. 안경 안 쪽에서 아쉽다는 시선으로 책을 보고선, 고마워, 라며 일어선다. 나는 그 새우등을 가만히 지켜봤다.
"저 스카프 1학년이잖아"
"남편한테 무슨 볼일이려나 부인씨는 괜찮은 거야?"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히쭉거리며 몸을 돌려 책상에 팔꿈치를 기대며 말 걸어온다. "몰라."라고 대답하며 토우마가 읽고 있던 SF소설의 페이지에
파란색 책갈피를 끼워 뒷자리에 뒀다. 언제 주인이 돌아와도 괜찮도록
여름의 영향일까, 교실은 찜통처럼 더웠다. 흘끗하고 입구를 보면, 머리카락을 두 가닥으로 묶은 조그마난 1학년이 토우마를 찾아왔다.
토우마가 들어간 컴퓨터 부의 후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었다.
기다란 내 머리카락을 목에 감는 게 우울해 보여서 손으로 머리를 빗는다.
턱을 당겨서 목 옆으로 긴 머리카락을 한 가닥을 빗었다.
얼굴을 드니 따뜻한 공기가 뺨을 쓰다듬었다. 토우마가 돌아오는 게 보였다. 뭐때문에 손님이 찾아왔는지 물어볼 자격은 없지만, 입을 열었다.
"어서 와"
"다녀왔어"
토우마는 내 옆을 지나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양옆의 친구들이 뭔가 말하고 싶은 듯 히쭉거리는 게 보였지만, 입을 열기 전에 종이 울렸다.
쉬는 시간이 끝난다. 3학년이 되고 대부분의 수업이 자습이나 모의고사로 대체됐다. 이제 조금씩 수업이 줄어들 거다.
나는 자습으로 가득 찬 산양 앱을 보면서 어렴풋이 생각한다.
(귀여운 애였지)
내게는 관계없는 일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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