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가까워진다는 것 같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요, 밤처럼 어두운 하늘에 불안해하며, 나는 신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발을 꺼내려 문을 여는 순간 들려오는 소리에 손을 멈춘다.
"토우마 선배 집에, 가봐도 괜찮을까요?"
돌아본다. 신발장의 그림자 때문에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누군가 서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2학년과 조금 오랫동안 들어왔던 소리를 듣는다.
"아아 괜찮아 그럼 와보는 게 좋을지도"
내장이 한 바퀴 돌았다. 목구멍 깊은 곳에 올라올 것 같았다.
"산양 캐릭터도 바꾸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생각해 볼게요!"
그 말을 들을 때, 나는 있는 힘껏 신발장 문을 닫았다. 부모의 원수인 것처럼, 난폭하게, 큰 소리를 내며 문을 닫았다.
몇 번의 대화가 지나고 멀어져 가는 발소리, 보폭이 작고 가벼워 보이는 발소리는 하나뿐이다.
"……이쿠미씨?"
내가 밖으로 걸어나가니, 토우마가 나를 보고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거절이라는 벽을 만들어내 돌아보지 않고 흑백 우산을 펼친다.
강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도 같이 가"
토우마는 그렇게 말했다. 신발은 벌써 갈아신었고 비닐우산도 들고 있었다. 이런 비바람일 때는 이상하게 불안해지는 우산이었다.
이미 밖으로 나와 걸어가고 있던 나는 토우마가 내 뒤를 쫓아오는 걸 알 수 있었다.
무슨 소리를 듣기 전에 내가 먼저 말했다.
"왜?"
목소리는 볼품없이 흔들리고 있었고, 나무라는 듯한 울림이었다. 토우마의 안경에 곤혹스러워 하는 게 보였다. 어찌할 바 모르겠다는 얼굴이 불쌍했다.
나는 입술이 찢어질 정도로 강하게 깨물고 있었으니까, 우산 손잡이를 강하게 쥐고 말했다.
"어째서 저 애가 앱에 대한 걸 알고 있는 거야?"
컴퓨터 부 후배라는 건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어째서 화내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아…… 라며 토우마가 말한다. 그리고 흔치 않게 너무나 논리적인 목소리로 나긋나긋 말했다.
"곧 있으면 졸업이니까. 아무래도 졸업하면 행사일정 같은 건 입력할 수 없으니까, 소스를 공개해서, 컴퓨터 부 전원한테 공유해줬어, 담당 선생님도 협력해주시면 아마……"
"어째서!?"
나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 같았다. 토우마는 곤란하다는 걸 더 확실하게 표현했다.
"어째서라니 왜 그래?"
토우마의 질문은 당연했다. 그야 그 말 대로였다. 나는 뭘, 어째서 묻고 있는 걸까
어째서, 왜? 도대체 왜?
비밀이었는데
이 상황에서 나는 1학년 여자애의 스카프를 떠올렸다. 그러고 나서 그녀의 달콤한 목소리와 토우마 선배라는 너무나도 달콤하게 들리는 호칭을 떠올렸다.
그 모든 것들이 특별하고, 나는 특별하지 않다고 떠올렸다. 젖어있는 토우마의 어깨를 보고 2년이 조금 안 된 처음으로 둘이 같이 돌아갔던 날을 떠올린다.
오늘 내리고 있는 비는, 그날 내렸던 비처럼 따뜻하지 않았다. 나는 그날부터 오해하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바보같이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이 사람은 내 것이 아냐
나는 이 사람을 붙잡을만한 힘이 없어
부부라는 건 거짓말이었으니까
부부 같은 건 거짓말이었으니까
태풍이 부는 소리가 들린다. 바람은 강하고 두 사람의 사이에서 세차게 불고 있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머지않아 우리는 헤어지게 된다는 걸
'번역 > 소설번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춘이혼 (17) (0) | 2018.12.28 |
---|---|
청춘이혼 (16) (0) | 2018.12.28 |
청춘이혼 (14) (0) | 2018.12.28 |
청춘이혼 (13) (0) | 2018.12.28 |
청춘이혼 (12) (0) | 2018.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