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사코노 에서 엄마가 결혼 전 쓰던 오카모토라는 평범한 이름이 됐다. 담임선생님께 상담했더니, 얼마 안 있으면 졸업이니까 교실에서는
어떤 이름을 쓰든 상관없고, 진학서류에 적혀있는 이름만 바꾸기로 했다.
나는 부모님이 이혼한 걸 친한 친구들에게 순서대로 알려줬다.
섬세하고 감상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일까, 친구들의 반응은 대개 예상한 대로였고 가끔가다 "어, 그럼 남편이랑은?"이라고 물어오면 어슴푸레 웃으며 반응했다.
어떻게 할지는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한 번도 놀려오는 친구에게 뭔가를 강요한 적은 없었다.
단지 우리가 멋대로 그렇게 부르는 걸 방파제로 삼고 있던 것 뿐이었다.
야기 고등학교 에서는 절반이 취직 절반이 대학에 진학한다. 진학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수시로 합격한다. 전문학교에 입학하는 나도 그랬고, 토우마도 그랬다는걸 언뜻 들었다.
수업은 대부분 따분한 자습이고, 시간표 앱조차 도 필요 없게 되었다. 약 2년 반 계속 써왔던 스마트폰은 배터리가 빨리 방전돼 전원을 꺼 놓는 일이 많아졌다.
토우마와는 인사 정도밖에 하지 않게 됐다. 엄마가 이혼하고 이름이 바뀌게 된다는 것도 토우마에겐 말하지 않았다. 이대로 자연스럽게 사라지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쿠미씨"
오전 수업을 끝내고 하교하는 나를 토우마가 불러세웠다. 덜커덕거리며 책상에 부딪혀가며
"방과 후에 시간 있으면 같이 돌아가"
주세요 라며 내게 말했다. 나는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고 끝낼 생각을 했다.
끝을 내야 할 필요가 있는 걸까 필요할지도 모른다. 소란스러운 교실, 친구들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 날은 11월 22일이었다.
이혼할까?
그렇게 말했지만 토우마의 얼굴색은 변하지 않았다. 나 혼자만 앞질러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속해서 가벼운 호흡을 해가며 변명하듯 말을 고른다.
"토우마는 부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생각하지 않은 적 없어"
토우마가 바로 말했다.
"나 같은 놈이라 미안하다고 계속 생각했어."
"나 같은 놈 이라고 하지 마!"
어린아이가 짜증 내듯 나는 말했다.
"내 남편이었어,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는 채로 아무 말이나 말했더니,눈물이 나왔다. 이런 곳에서 이렇게 꼴사납게 울고 싶지 않았다.
"응"
응 이라며 토우마는 언제나처럼 고분고분 동의했다. 이 사람은 언제나 이렇게, 어디까지나 고분고분했다. 나 혼자만 비뚤어지고 비굴해서, 구제 불능이었다.
부디, 부디 떠날 때만큼은 예쁘고 싶었다.
"이쿠미씨"
토우마가 내 이름을 부른다. 이 울림이 좋았다. 정말 정말 마음이 편했다. 나는, 부부라는 관계성에 사랑하고 있었다.
토우마의 눈이 어쩔 줄 몰라하며 왔다 갔다 한다. 무슨 말을 하려 한다. 그건 이별하자는 말일지도 모르고, 비참한 나를 위로하려는 말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3년간 즐거웠어."
버스가 다가오는 걸 보고 토우마의 말을 막아 빠른 속도로 내 감정을 전했다. 내리기 시작한 차가운 비를 뺨으로 맞아가며
"즐거웠어. 고마워, 그리고 나 부모님이 이혼해서 사코노에서 오카모토로 이름이 바뀌었어 그러니까 앞으로는"
"무리야"
토우마의 대답은 빨랐다. 놀란 눈을 마주 봤더니 토우마의 눈빛은, 그 말처럼 올곧고 강렬했다. "무리야 이쿠미씨"라고 강한 어조로, 강한 눈빛으로 말해줬다. 이제 그걸로 충분했다.
너의 부인이었던 내가 보답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마워 그럼"
하지만 이 이상은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울어버릴 것 같았다.
나는 도망가듯, 열려있는 버스로 올라간다. "이쿠미씨!"라고 이름을 부르는 토우마의 소리가 들렸다.
고마워 이젠 안녕
이제 자유롭게 만들어 줄게
그렇게 생각하고, 되돌아봤다. 닫혀있는 버스 문의 맞은편에서 토우마의 얼굴이 보였다. 그의 입술이 크게 움직인다
(산)
(양)
어? 라며 나는 눈을 깜빡였다. 산양? 나는 어리둥절하며 움직인다. 버스의 진동과 멀어저가는 너의 실루엣, 길모퉁이에서 보이지 않게 됐을 때 인제야, 손안에 스마트폰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천천히, 확인하듯이 앱을 열었다.
시간은 오후 2시, 그 시간은 앱의 당일 통지 시간이란 걸 나는 알고 있다.
오열하는 걸 참듯이 작게, 내 스마트폰이 떨렸다.
>>>attention! 11/22 오늘은 좋은 부부의 날입니다
그 말에, 이어지는 통지에, 나는 가까이 있는 노약자석에 앉아 얼굴을 가린다. 울음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었다.
말풍선은 하나가 아니었다.
다음 말풍선은 아주 잠깐이었다. 눈 깜빡할 새 사라져버릴 만한 한 문장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전해졌다.
이쿠미씨 라고 나를 부르는 토우마의 목소리가 뇌 속에서 울리고 있다. 상냥한 목소리, 손목을 잡은 강한 힘, 눈매가 나쁜 옆얼굴, 새우등, 부드러운 머리칼,
지저분한 글씨, 만났을 때부터 조금씩 키가 커졌다.
내가 할고있는 그 사람의 전부,
11월 22일
우리는 청춘인 채 이혼한다. 그리고 우리는 부부가 아니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두 사람이 되어 또다시 시작할 거로 생각했다.
남아있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다. 이제까지가 무의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소중했다. 하지만 그 날들을 그래도 부숴서
또다시 처음부터 더듬어간다. 능숙하지 못해도 틀린 채여도 괜찮다. 확신이어도 의존이어도 괜찮다. 이번에는 가짜 부부 때 처럼 잘 지나가지 않으지도 모른다. 끝은 이별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너를 당신을 토우마를 버스에서 흔들려 가며 뚝뚝 눈물을 흘리면서 스마트폰과 스트랩을 꽉 쥐고, 나는 그와 내가 만들어낸 산양이 속삭여준 한 마디를, 언제까지 안고 있다.
>>>언제나 고마워 계속 좋아했어요
'번역 > 소설번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춘이혼 (16) (0) | 2018.12.28 |
---|---|
청춘이혼 (15) (0) | 2018.12.28 |
청춘이혼 (14) (0) | 2018.12.28 |
청춘이혼 (13) (0) | 2018.12.28 |
청춘이혼 (12) (0) | 2018.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