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소설번역

    청춘이혼 (17)

    청춘이혼 (17)

    내 이름은 사코노 에서 엄마가 결혼 전 쓰던 오카모토라는 평범한 이름이 됐다. 담임선생님께 상담했더니, 얼마 안 있으면 졸업이니까 교실에서는 어떤 이름을 쓰든 상관없고, 진학서류에 적혀있는 이름만 바꾸기로 했다. 나는 부모님이 이혼한 걸 친한 친구들에게 순서대로 알려줬다. 섬세하고 감상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일까, 친구들의 반응은 대개 예상한 대로였고 가끔가다 "어, 그럼 남편이랑은?"이라고 물어오면 어슴푸레 웃으며 반응했다. 어떻게 할지는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한 번도 놀려오는 친구에게 뭔가를 강요한 적은 없었다. 단지 우리가 멋대로 그렇게 부르는 걸 방파제로 삼고 있던 것 뿐이었다. 야기 고등학교 에서는 절반이 취직 절반이 대학에 진학한다. 진학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수시로..

    청춘이혼 (16)

    청춘이혼 (16)

    어깨와 발이 젖은 채 집으로 돌아가니 엄마가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평소 같으면 조급해하면서 서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조용하게 앉아있는 모습에 가슴이 덜컥했고 평소와는 다른 무언가를 느꼈다. 그건 말끔하게 차려입은 외출복이나 평소에는 하지 않는 목걸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뭐야?" 어디까지나 테이블에 앉아있는 것만을 물었더니 엄마는 얼굴을 들고 "앉으렴" 이라고 말했다. 좋지 않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상한 예감밖에 들지 않는다. "아빠랑 얘기가 다 끝났어." 그렇게 말하는 엄마의 얼굴은, 큰일이 끝난 듯이 후련해 보였다. "정식으로 이혼했어." 내게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나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벌써 오랫동안 아빠와 엄마는 별거 중이었고, 나는 엄마가 기르는 걸로 정해져 있었다. 이혼 협의 ..

    청춘이혼 (15)

    청춘이혼 (15)

    태풍이 가까워진다는 것 같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요, 밤처럼 어두운 하늘에 불안해하며, 나는 신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발을 꺼내려 문을 여는 순간 들려오는 소리에 손을 멈춘다. "토우마 선배 집에, 가봐도 괜찮을까요?" 돌아본다. 신발장의 그림자 때문에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누군가 서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2학년과 조금 오랫동안 들어왔던 소리를 듣는다. "아아 괜찮아 그럼 와보는 게 좋을지도" 내장이 한 바퀴 돌았다. 목구멍 깊은 곳에 올라올 것 같았다. "산양 캐릭터도 바꾸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생각해 볼게요!" 그 말을 들을 때, 나는 있는 힘껏 신발장 문을 닫았다. 부모의 원수인 것처럼, 난폭하게, 큰 소리를 내며 문을 닫았다. 몇 번의 대화가 지나고 멀어져 가..

    청춘이혼 (14)

    청춘이혼 (14)

    고등학교 마지막 여름이 끝나니 얼마 안된 가을의 입구였다. "사코노 남편, 지명이야" 교실 입구에서 같은 반 남자가 부르길래 나는 뒤돌아 봤다. "토우마 부르는데" "어 아 진짜?" 토우마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고 있었다. 안경 안 쪽에서 아쉽다는 시선으로 책을 보고선, 고마워, 라며 일어선다. 나는 그 새우등을 가만히 지켜봤다. "저 스카프 1학년이잖아" "남편한테 무슨 볼일이려나 부인씨는 괜찮은 거야?"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히쭉거리며 몸을 돌려 책상에 팔꿈치를 기대며 말 걸어온다. "몰라."라고 대답하며 토우마가 읽고 있던 SF소설의 페이지에 파란색 책갈피를 끼워 뒷자리에 뒀다. 언제 주인이 돌아와도 괜찮도록 여름의 영향일까, 교실은 찜통처럼 더웠다. 흘끗하고 입구를 보면, 머리카락을 두 가..

    청춘이혼 (13)

    청춘이혼 (13)

    2학년과 3학년 때 우리에게 반이 나뉘어서 떨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둘 다 취업이 아니라 진학으로 마음을 굳혔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지만, 계속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은 부부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기뻐했지만 아마도 누구보다 내가 가장 안도했다고 생각한다. 1학년 화이트데이 때 토우마가 내게 준건 산양 모양 스트랩 이였다. 작고 귀여운 그건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꼭 들었지만 아주 사소한 의문에 소란스러운 교실 안에서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직접 만들었어?" "어, 설마 왜 그래?" 그야 포장되지 않았으니까, 라고 말했다.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산양 스트랩은, 얇은 나일론에 쌓여있을 뿐이었다. 토우마는 난처한 얼굴로 "미안"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샀으니까" 포장이 안 돼 있었어, 라는 변..

    청춘이혼 (12)

    청춘이혼 (12)

    계절이 흘러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 우리는 뒷산에 버려진 개를 몰래 키우듯이 산양을 길러갔다. 시간표 관리기능을 추가한 뒤에 산양을 기를 수 있게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시험용지를 먹여서 점점 겉모습이 변해가도록 만든다.덤 같은 기능이었지만, 우리는 즐거웠고, 사용자들도 즐거워했던 것 같다. 3학기도 끝나가려고 할 때, 반 분위기가 들떠서 나도 한 편으로 조금 고민하고 있었다. 산양 앱이 표시하는 날은 2월 13일, 무슨 소리냐면 이런 거다 "이쿠미는 남편한테 초콜릿 줄 거야?" 교복을 입고 있는 아이들과 대형슈퍼의 발렌타인 코너를 돌아보고 있었더니, 한 명이 내게 물어왔다. 나는 얼굴을 찡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줘야 한다고 생각해?" 라고 반대로 물어봤다. 친구는 놀란 것 같았다. "주기..

    청춘이혼 (11)

    청춘이혼 (11)

    2학기가 되고, 무언가 극적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나와 토우마는 여전히 반 친구들에게서 부부라고 불렸고, 토우마는 수행승같이 시간표 앱을 고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나는 뭘 했느냐고 묻는다면 슬슬 휴대폰 사용에 익숙해져서, 앱 업그레이드도 혼자서 할 수 있게 됐다. "어라 새로운 버전 나왔네?" 점심시간, 원래는 하면 안 되지만 휴대폰을 꺼내 업그레이드 표시를 보고 무심코 중얼거렸더니 "나왔어" 라며 토우마가 뒤에서 대답했다. 그랬더니 바로 옆에 앉아있던 친구가 "나도 그거 쓰고 있어! 산양 나오는 거" 라고 말해서 나는 깜짝 놀랐다 "뭐? 산양?" 그렇게 얘기를 나누니 다른 애들도 다가오기 시작한다. 몸을 내밀고 화면을 보던 다른 아이가 말한다. "어 산양 시간표, 내 친구도 쓴다고 말했어,..

    청춘이혼 (10)

    청춘이혼 (10)

    문자 보낸다고 말은 했지만, 내가 먼저 문자를 하기는 귀찮았고 토우마에게서 오는 문자도 대부분 앱에 관련된 사무적인 문자였다. 그래도 말끝에 이래저래 덧붙이는 한 마디가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반 친구들과 몇 번 놀기는 했지만, 그녀들은 나와 토우마의 비밀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앱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된 것 같다. 2학기, 내가 스마트폰에 스스로 만든 시간표를 넣고 교실에 들어가니 피부가 한층 검어진 친구들이 있었다. 토우마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했더니 "졸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또 못 잔 거야?" 앱이 다 만들어졌는데 라고 말했더니 "숙제가……" 라며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나는 웃으며 말을 하려고 했지만, 신중하게 의자를 당겨 앉았다. 할 수 있는 한 평정심을 가지려고 노력하고..